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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으로 사는 삶 ②]글은 가장 좋은 소통 도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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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으로 사는 삶 ②]글은 가장 좋은 소통 도구이기에...

킹콩(교사 윤일호)이 들려주는 두 번째 이야기!

글은 가장 좋은 소통 도구이기에...

 

윤일호.jpg
장승초 교사 윤일호

 

 ▼‘삶’과 ‘글’

국어 시간에 ‘삶’ 이야기를 한참 하는데 6학년 아찬이라는 아이가 “쌤은 맨날 삶 이야기만 해서 지겨워요.”하고 말하는 것이다. 정말 생각해 보니 정말 내가 삶 이야기를 잔소리처럼 많이 했구나, 싶었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결국 삶을 살아가야 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삶’ 다음으로 떠오르는 낱말이 바로 ‘글’이다. 의미 있는 삶을 이야기할 때 ‘삶’과 ‘글’은 따로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을 살아야 하고, 온전히 삶 이야기를 글로 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날마다 글을 쓰는 일은 더욱 어렵다. 이오덕 선생님은 1988년 제3회 단재상 시상식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가 하고 있는 글쓰기 교육은 아이들에게 자기의 삶을 바로 보고 정직하게 쓰는 가운데서 사람다운 마음을 가지게 하고, 생각을 깊게 하고, 바르게 살아가도록 하는 교육이다. 이것을 우리는 '삶을 가꾸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하는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을 바르게, 건강하게 키워가는 데 있다. 아이들을 참된 인간으로 길러가는 데에 글쓰기가 가장 훌륭한 방법이 된다고 믿는다. 우리는 어떤 모범적인 글, 완전한 글을 얻으려고 아이들을 지도하지 않는다. 글을 쓰기 이전에 살아가는 길부터 찾게 한다. 그래서 쓸 거리를 찾고, 구상을 하고, 글을 다듬고 고치고, 감상 비평하는 가운데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남을 이해하고, 참과 거짓을 구별하고, 진실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무엇이 가치가 있는가를 알고, 살아 있는 말을 쓰는 태도를 익히게 한다. 이것이 삶을 가꾸는 글쓰기다." 


이오덕 선생님은 글쓰기는 아이들을 참된 인간으로 길러가는 데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오덕 선생님은 아이들 글쓰기 지도뿐만 아니라 스스로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산골 학교에서 선생으로 근무하던 1962년부터 2003년 8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42년 동안 일기를 쓰셨다고 한다. 그 『이오덕 일기 전 5권』(2013,양철북)에는 평생 말과 행동을 같이 했던 한 인간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두툼한 일기장부터 작은 수첩 일기장까지 아흔여덟 권, 원고지로는 37,986장이라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한 어른이 있다. 강원도 양양군 송천마을에 사시는 이옥남 할머니다. 어릴 적 글을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는 시집살이할 적엔 꿈도 못 꾸다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시어머니 보낸 뒤 도라지 캐서 장에 내다 팔고 그 돈으로 공책을 샀다고 한다. 글씨를 이쁘게 쓰기 위해 날마다 글자 연습한다고 쓰기 시작한 일기를 30년 넘게 썼고, 백 세가 넘은 지금도 쓰고 있다고 한다.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쓴 일기 151편을 묶어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2018, 양철북)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쓴 할머니의 일기를 보다 보면 정말 글을 쓴다는 게 이렇게 귀한 것이구나,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노가다 칸타빌레』(2021, 시대의창)라는 책을 쓴 송주홍씨는 공사장 잡부로 일하다가 어엿한 목수가 되기까지 현장에서 겪은 일들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글로 썼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무슨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하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땀 흘려 일하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이웃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어서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는 책이다.

 

버스운전이나 대리운전을 하는 기사님도, 요양보호사 일을 하시는 분도, 선생님도, 농부도 또 어떤 직업이든 어떻게 살아가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그 글은 그 사람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내가 사는 지금 모습의 가치를 한층 높여준다. 일부러 멋지게 꾸미고,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살면서 정직하게 일하고 보고 듣고 겪은 일을 쓰는 게 가장 귀한 글이다. 이런 글은 읽는 사람에게 더 진한 감동을 준다. 직업에 귀하고 천한 것이 없듯이 글을 쓰는 건 내 삶을 더 귀하게 한다. 


▼삶과 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날마다 일하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이나 글이나 진실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삶으로 살면서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글을 우리는 ‘삶을 가꾸는 글쓰기’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삶을 가꾼다’는 건 ‘아는 것과 사는 것’이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둘레에 아는 것은 많지만 삶으로 살아가는 건 실망스러운 어른들을 가끔 본다. 공부를 많이 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업을 가진 분인데도 왜 저럴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행동이 별로인 분들 말이다. 위선을 가득 짊어진 어른을 보면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러면 그런 분들을 보고 속으로 욕을 하거나 혀를 찬다.

 

한 번은 학교에 어느 유명 작가분이 오셨다. 워낙 유명한 분이어서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아는 분이었고, 아이들이나 나나 참 만나고 싶었던 분이었다. 고맙게도 여름방학 동안 멘토, 멘티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진행했는데 그분이 한 시간 무료 강의를 하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강의를 시작하자마자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까지 무료로 강의 올 사람이 아닌데 누군가 부탁을 해서 자선으로 왔다며 시작부터 공치사를 했다. 그리고는 한 시간 강의 내내 내가 살던 집이 문화재가 되었다느니 내가 심은 나무가 지금 이렇게 크게 자라서 지금은 보호수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 중요한 나무로 자랐다고 했다. 그런데 사진에 나온 나무를 얼핏 보아도 그 나무는 백 년은 훨씬 넘어 보였으니 설사 그 말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진실로 들리지 않았다. 가장 어이없는 말은 자신이 이순신이나 세종대왕처럼 문화유산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한 시간 내내 그런 이야기를 하니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작가님, 저희는 작가님 자랑 말고 작가님의 작품세계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하고 말하니 얼굴색이 확 변하며 “도대체 이 학교는 아이들에게 뭘 가르친 거예요. 애들이 싸가지가 없어. 너 안 들으려면 밖으로 나가.”하고 학생에게 인격 모독적인 말을 했다. 학생도 썩 기분이 좋지 않았고, 결국 학생은 강의 장소를 나갔다. 그 이후로 작가는 화가 난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강의 내내 아이들을 나무라고 학교 교육을 나무랐다. 

 

한 시간 강의를 마치고 나가면서도 학교 아이들이 듣는 예의도 없다며 학교와 아이들 흉을 한참 보고 갔다. 아이들 사이에서 함께 강의를 듣던 나도 얼굴이 붉어질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도 낯 뜨거운 광경이었다. 정말 품격이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행동, 자기 자랑 그리고 화만 내고 갔다. 아이들도 나도 혀를 끌끌 차며 어떻게 저런 사람이 유명할 수 있지, 하는 생각도 들고 저 사람의 유명세는 거짓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 글과 사람이 너무 달라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 이후로 언론이나 방송에서 그분 이야기만 나오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글 작가로 아무리 유명하고 대단한 분이어도 그 사람의 글만큼 말이나 행동이 일치하지 못하면 금세 사람이 달리 보인다. 결국 삶과 앎이 일치해야 저분은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


▼교사는 교사 삶을, 아이들은 아이들 삶을...

담임을 할 때면 날마다 쓴 교실 일기를 교실 뒤편에 붙여놓고는 했다. 그러면 아이들이 ‘어? 킹콩도 일기를 쓰나?’하고 이상하게 바라보고는 했다. 그 일기에 아이들이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하니 나에게 한 마디씩 말을 건네는 아이들도 있었다.

 

교사는 하루 하루 교실에서 지낸 이야기를 기록하고, 아이들은 아이들 삶 이야기를 날마다 기록하면 그 기록만으로 엄청난 힘을 지닌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은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다. 더군다나 요즘 아이들이 글을 쓰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2000년대 초반 국가인권위원회는 초등학교에서 이뤄지는 ‘강제적인 일기 쓰기’가 학생들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일기 검사 관행을 개선토록 교육부에 권고했다. 물론 인권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아이들에게 강제로 일기를 쓰게 하는 게 좋지 않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글쓰기 지도를 손 놓을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국어는 말하기와 듣기, 읽기, 쓰기로 이루어져 있고, 내가 겪고 생각한 것을 말하고 글로 쓰는 과정은 국어에서 아주 귀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글을 가장 좋은 소통 도구이기에 교사도 아이들도 되도록 일기를 쓰면 좋겠다. 날마다 쓰는 일기가 힘들다면 다섯 명씩 한 모둠을 만들어 한 일기장에 주마다 한 번씩 일기를 쓰게 하는 것도 좋겠다. 물론 모둠원들이 모두 함께 일기를 읽고, 댓글도 달아주면 더욱 좋다. 다만 아이들이 밝히기 어려운 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아이들마다 나만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나만의 공책’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갈수록 글을 쓰지 않고, 생각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 때일수록 더 글쓰기 지도를 해야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야 한다. 결국 ‘미래 교육’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내 힘이 있어야 할 테니까. 

 

새 학년 지금부터 교사는 교실 일기, 아이들이 모둠 일기를 시작해 보는 거다. 한 해 동안 꾸준히 실천하면 엄청난 기록의 힘이 쌓이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글/사진 장승초 윤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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